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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의 달콤한 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원하지 않던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두 달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회사에 나갔어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회사의 주 업무는 CNC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회사에서 주문한 부품과 파이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부품(오차 허용범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도면의 수치에서 0.001"(0.0254mm)의 오차범위 내에 들어오는 부품을 생산해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오차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는 부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사용하기에 가능한 작업이지만, 재료를 깎는 칼이나 재료의 재질, 머신의 세팅 상태에 따라 아무리 프로그래밍이 잘되어 있더라도 오차가 발생하기에 매번 제품이 생산될 때마다 오차 허용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다시 프로그램을 세팅하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프로그램은 의뢰 업체의 블루 프린트(도면)를 바탕으로 슈퍼 바이저만 작성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머시니스트(Machinist)는 그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CNC 머신에 업로드하고 작동시킨 뒤, 생산된 제품이 오차 허용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했어요. 만약 문제가 있다면, 오프셋(Offset)을 다시 세팅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어요.

 

   SAIT에서 수업을 들을 때 CNC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주요 과목이 아니라 기본적인 선에서만 배웠을 뿐더러 세상에 다양한 언어가 있듯, CNC 머신도 제조사마다 다양한 코드를 사용하는데, 학교에서 사용하던 기계와 제조사가 달라 일하면서 본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인 코드를 제외하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로 짜여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혼자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 회사에 폐를 끼칠 것 같아 사수에게 혹시 집에서 추가로 공부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있는지 물어보고 퇴근 후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나름대로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회사에 가면 공부했던 것을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회사가 학교처럼 나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주진 않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하루 종일 청소만 시키거나 쉬핑 파트에서 완성된 부품을 포장하는 일을 시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 며칠간은 CNC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까 우선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라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일과가 계속 반복되기 시작했어요. 물론 경험 없는 인턴으로 회사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렇게 청소와 포장만 하려고 온 게 아니라 뭐라도 배워보려고 온 건데 너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사수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다음 날부턴 일하고 있는 Machinist 한 명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라고 했어요.

 

 

    어려운 일 일수도 있지만, 내게 최소한 원리라도 설명해준다면 기억하고 공부해서 하루하루 발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은 내가 따라다녀야 하는 Machinist는 일하기 바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어요. 말 그대로 그림자가 되어버린 채 이해할 수 없는 작업과 일들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어요. 그마저도 청소할 곳이나 포장할게 생기면 그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작업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없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문득 이 회사는 Apprentice로 일을 할 Machinist가 필요한게 아니라 General Labour의 빈자리를 메우는 게 필요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실제로 사수는 새로 뽑은 Machinist를 트레이닝하느라 바빴고 난 그저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어 가만히 지켜보거나 잡일을 하는 게 전부였어요.

 

   이런식으로 계속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My에게 정말 일을 배우고 싶지만, 이 회사에서는 그런 기회를 찾기 힘들 것 같아 다른 곳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My는 누구나 처음은 다 그렇다며 참고 버텨보라고 했어요. 마음에 들지 않은 답변이었지만, 너무 성급하게 포기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일주일만 더 버텨보기로 했어요.

 

   일주일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림자 생활도 Machinist들이 일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걸 불편해해서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사수는 여전히 새로 온 Machinist를 트레이닝하느라 바빴고 난 스스로 무언갈 찾아 해야만 했는데,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청소뿐이었어요.

 

   배우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시작했던 인턴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어버렸는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My에게 현재 내가 느끼는 것과 더 이상 이곳에서 인턴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알렸어요. 하지만, My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입장을 고수했어요. 내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끝까지 버텨보라고만 했어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몇 번이고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해를 하지 못하는 My의 말을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My에게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고 말하며 그만두고 스스로 인턴 자리나 일자리를 찾겠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My의 태도가 변하며, 다른 회사와 다시 연결해주겠다고 말했어요. 만약 이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멍청한 내게 꿀밤을 두 번 먹이고 '또 속냐 바보야! My는 무시하고 당장 선생님께 연락해!!'라고 말해줄 거예요.

 

   My는 며칠 뒤 다른 회사와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그 회사에서는 CEO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보게 되었어요.

 

- 다른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거야?

- SAIT에서 뭘 배웠어?

- 일과 관련된 너의 경력은 뭐야?

- 네가 우리 회사에 뭘 가져다줄 수 있어?

- 인턴 기간 동안 우리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게 뭐야?

- 너의 목표가 뭐야?

 

   이전 회사에서 보았던 인터뷰와 비슷하게 내가 대답을 하면, 그에 대해 보충 질문을 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어요. CEO는 내가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마음에 든다며, 회사에 Millwright 관련 일이 있다고 알려주었고 Welding도 하게 될 수 있는데 괜찮은지 물어보았어요.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으면, 뭐든 관심 있다고 대답하니 당장 내일부터 나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사실 현재 일하고 있던 회사는 내가 갑자기 사라져도 타격이 1도 없겠지만, 그래도 며칠 전에는 알려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주부터 일을 할 수 있겠다고 말한 뒤,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어요.

 

   새로운 회사와 인터뷰를 본 다음날 슈퍼바이저와 사수에게 다른 곳에서 오퍼를 받아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마지막 근무 가능 날짜를 알려주었어요. 고맙게도? 두 명 다 축하한다고 말해주었고, 마지막 날까지 청소를 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악몽 같았던 회사에서의 인턴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는 훼이크!! 나중에 이 회사는 나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데, 이 사건은 이곳을 내 생의 최악의 회사로 기억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My와의 관계도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음 글은 새로운 회사에서의 인턴 후기에 대해 적어보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카테고리 안내

   "Industrial Mechanic Training" 카테고리에 포함된 글은 CCIS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우고 들은 내용을 한 번 더 복습하기 위해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우는 단계이므로 이 글에 적힌 내용과 사실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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