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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족스러운 인턴 생활을 보내면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과정이야 어떻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이었어요. 어느덧 인턴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고 CEO는 날 불러 My에게 졸업식 초대장을 받았는데, 스케쥴상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 말하면서 앞으로 내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어요. 아직은 정해진게 없다고 말하자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일자리를 제안해주었어요.


'내가 여기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동안 청소를 해오며, 이 회사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CEO에게는 내가 생각하던 업무와 차이가 있어서 제안해주신 건 고맙지만, 다른 회사를 알아보겠다고 대답했어요.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조금만 더 버티면 드디어 졸업하게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황당한 사건이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


캘거리 인턴십


   인턴이 끝나갈 무렵 My는 내게 자신이 받은 이메일을 전달(cc)해 주었는데, 읽어보니 내가 첫 번째로 인턴 생활을 했던 회사에서 온 My의 졸업식 초대장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었어요. 이메일을 읽으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 My,

  안타깝지만, 이번 인턴에 대한 경험은 그리 좋지 못했어.

  큰일 할 남자가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야.

  큰일 할 남자가 여기서 "아주 잠깐" 일하는 동안, 업무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았고 그 결과로 $2,000상당의 기계 부품에 기스가 났어. 운이 좋게도 기계가 고장나거나 멈추진 않았어.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린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거야. '

  

   이게 무슨..? 앞서 첫 번째 인턴십 경험담에도 적었지만, 내 업무는 주로 청소와 완성된 제품을 포장하는 거였는데, 내가 기계를 조작하고 부품에 데미지를 입혔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My에게 저 메일은 사실이 아니고 너도 알다시피 난 기계에 거의 손대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말했어요. 또한, 저 이메일을 보낸 CEO에게도 직접 이메일을 보냈어요.


' 안녕?

  My가 너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왜 내게 전달(CC)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읽게 된 이상 가만히 침묵하고 있으면 그 사건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 이렇게 이메일을 적어.


먼저 내가 너희 회사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는걸 듣게 되어 유감이야. 그리고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


이메일에서 네가 Boring bar(부품)에 데미지를 입혔다는고 적은걸 읽었어.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그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어. 내가 일하면서 기계를 만질 수 있는 기회는 딱 4번이 있었어.


1. 작은 파츠를 만들 때(약 5시간) - 작업 후 A가 확인함.

2. Mini CNC(1시간 미만) - 작업 후 B가 확인함.

3. Milling Machine(15분) - B와 함께 부품을 설치하고 B가 확인함.

4. CMM(5분) - B와 함께 일함.


내가 기계에 손을 댄 모든 상황은 다른 근무자들이 주위에 있었고 어느 누구도 내가 실수를 했다고 말하지 않았어. 또한, 내가 CNC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내 일이 끝난 후엔 다른 근무자에게 제대로 했는지 확인을 받았어.


위에서 언급한 네 번을 제외하고 난 주로 청소나 쉬핑 파트를 도왔어. A와 B도 내가 CNC 경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혼자 기계를 손대도록 두지 않았어. 네가 말한 Boring Bar를 손댄 기억은 전혀 없어. 한 번 더 말하지만, 난 항상 내 일을 마친 후 다른 근무자에게 내가 제대로 업무를 완료했는지 확인받았어.


네가 보낸 이메일을 읽고 언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기억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만약 내가 기억을 못 하지만, 정말 내가 저지른 실수가 맞다면 번거롭겠지만 혹시 언제쯤 일어났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난 매일 일이 끝난 후 하루 동안 했던 일을 기록해둔 근무 일지가 있어. 아마 내가 그 근무일지를 읽으며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을 거야.'


첫 인턴 회사에서 온 이메일. 그건 거짓이야.


   이메일을 쓰면서도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이 사건은 My의 졸업식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CCIS 프로그램과 세이트 졸업식은 같은 날 한 곳에서 열리는데, 졸업생 이외에도 가족, 세이트 선생님, 정부 지원 담당 부서 직원, 학생들의 인턴 사장님 등이 초대돼요. 초대장은 My가 일괄적으로 발송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My는 내가 첫 번째 인턴을 했던 회사에도 초대장을 보냈어요. 그 회사에서는 고작 며칠밖에 일하지 않았으므로 초대장을 보낼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다음 학생을 위해 계속 그 회사와 연락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회사를 떠날 때 사수는 웃으며 보내주었지만, 그래도 난 처음 약속했던 인턴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으므로 미안하고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한 My에게 회사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이 회사는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했던 Millwright와는 다른 Machining 회사로, CNC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일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던 상황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My가 굳이 왜 초대장을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며칠을 기다려도 내 이메일에 대한 회사의 답장은 오지 않았어요. My는 내가 이메일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듣고 자신도 그 회사에서 착각했거나 내가 인턴을 빨리 끝마쳐 홧김에 그런 식의 이메일을 보낸 것 같다고 말하며 내 편을 들어주는 듯 보였어요. 하지만, 그건 명백한 내 착각이었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My는 거짓투성이인 그 회사의 졸업식 초대 거부 이메일에 답장으로 내 편이 아닌 회사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식의 답장을 보냈어요.


캐나다 인턴십


' 안녕 CEO,

  나는 (큰일 할 남자의) 업무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정말 유감이라 생각해. 이 사고에 대해 내게 말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이 경험을 통해 큰일 할 남자는 "업무지시사항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야. 또한, 나도 내 학생들에게 이 일을 공유(해 주의하도록) 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다음 학생을 뽑을 때 더 신중하게 준비하도록 할게.

정말 고마워. 그리고 다시 한번 미안해. '


   내가 부품에 데미지를 입혔다는 이메일을 받자마자 My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My가 회사에 보낸 답장은 나보단 회사의 편에서 보낸 것이었어요. 그동안 누구보다도 프로그램과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규칙도 잘 지켜왔는데, 지난 몇 개월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저런 식의 반응을 보이다니... 문득 정부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때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지도 궁금해졌어요. 그동안의 관계와 도움을 떠올리며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 해도 더 이상은 무리였어요. 이미 그동안 실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어쩌면 평생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던 사람을 내 마음속에서 지워냈어요. 그래도 도움을 받았던지라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졸업식 날 친구들과 날 데리고 가고 싶어 했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 결정이 옳았다고 확신했어요.


   다음글로 SAIT & CCIS 프로그램 졸업식에 대해 적으며 Industrial Mechanic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도록 할게요. 이후에는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 대해 지원부터 인터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여러 사건에 대해 적어보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테고리 안내

   "Industrial Mechanic Training" 카테고리에 포함된 글은 CCIS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우고 들은 내용을 한 번 더 복습하기 위해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우는 단계이므로 이 글에 적힌 내용과 사실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큰일 할 남자 블로그 포스팅 공유 안내

    본 포스팅에 관한 모든 권리는 '큰일 할 남자'에 있습니다. 게시글 공유는 '큰일 할 남자' 블로그에서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글로 연결되는 URL을 함께 첨부할 경우에만 허락하며 공유된 글은 본문의 30%가 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합니다. 문의 사항은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작성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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