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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ya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을 들고 첫 출근길에 올랐어요. 이른 아침 버스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일을 하러 간다는 게 여전히 실감이 안 났어요. 회사로 가는 길은 Deerfoot Trail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내가 가는 방향인 북쪽(캘거리를 빠져 나가는 방향) 차선은 교통량이 많지 않았지만, 반대 차선은 캘거리 위성도시에서 캘거리로 출근하는 차들로 막히고 있었어요. 아침부터 교통체증을 겪어야 한다면, 매일 아침이 지루할 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라디오를 들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어요.


   HR 매니저 리사가 추가로 서명할 계약서가 몇 개 남았다고 메일을 보내서 메인터넌스 샵(사무실)에 가기 전 HR 사무실에 들렀어요. 문서 작업이 끝난 후엔 출퇴근 기록을 위해 기계에 지문과 얼굴도 등록했어요. 모든 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메인터넌스 매니저 숀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숀은 샵으로 가기 전 간단히 농장을 소개해주겠다며, 나를 이끌었어요.


   이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적어보자면, 농장은 여러 문서 작업을 진행하는 오피스 부서, 버섯을 키우기 위한 컴포스트(흙과 거름)와 씨앗을 관리하는 부서, 베드(버섯을 키우는 렉)에 컴포스트를 채워 넣거나 빼고 청소하는 부서, 버섯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고 수확하는 부서, 수확한 버섯을 포장하고 운송하는 부서 그리고 농장의 시설과 기계를 관리하는 메인터넌스 부서로 크게 여섯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농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선 함께 일하게 될 메인터넌스 팀원을 소개해주었어요. 팀원은 나를 포함해 10명인데, 매니저 , 농장에서 40년 넘도록 일해온 물량보급 및 지게차 운전수 , 큰 트렉터나 트럭 등을 다루는 Heavy Duty Mechanic , 전기를 다루는 Electrician 브라이언카일, 용접 일을 하는 Welder 데니스 그리고 이들을 보조하는 Labour 조엘, 제프, 제임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아직 Millwright Journeyman이 없지만, 숀은 곧 추가로 뽑을 예정이라고 말해주었고 당분간은 조엘과 제프, 제임스와 함께 농장의 바닥 보수작업을 하게 될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조엘은 휴가 중이라 제임스, 제프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될 곳으로 이동했어요.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16개의 버섯 재배실을 돌아다니며, 바닥이 갈라지거나 깨진 곳을 찾아 시멘트로 보수작업을 하는 것이었어요.


   시멘트 작업은 1학년 과정에서 이론으로 배웠지만, 실제로는 해보지 않아 걱정했는데 제임스와 제프가 시멘트를 반죽하는 방법부터 바르는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어서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


첫 출근 그리고 첫 프로젝트

시멘트 반죽

- 통에 물을 적당량 받고 시멘트 가루를 조금씩 넣으며 저어준다. 시멘트 가루는 반죽의 농도가 살짝 묽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만 넣어주는데, 그 이유는 시멘트가 물과 섞인 후 열이 발생하며 반죽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반죽이 완성되면 시멘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액체 접착제를 반죽에 섞어준다.


시멘트 사용

- 시멘트를 바를 곳은 먼지를 제거하고 전용세제로 청소를 해주어야 나중에 굳었을 때 내구성이 올라간다.

- 시멘트 반죽은 조금씩 자주 하는 게 좋은데,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죽이 굳어가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렸다간 반죽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시멘트 반죽을 한 통에 물을 살짝 받아 섞지 않고 두면 반죽이 빨리 굳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시멘트를 바른 후 물을 이용해 겉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다.

- 시멘트 반죽의 농도는 자주 체크하며 굳어가는 게 느껴진다면, 물을 추가해 섞어 다시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 큰 구멍을 메워야 할 때는 시멘트만 사용하기보단 작은 자갈을 반죽에 섞어주면, 시멘트를 절약할 수 있고 나중에 굳었을 때 내구성도 올라간다.

- 시멘트 반죽 통은 자주 씻어 줄수록 관리하기 편하다. 다음 반죽을 하기 전 물로 헹궈주면 계속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의 한 달간 진행되었는데 조엘이 휴가에서 돌아올 때 즈음, 버섯 농장이 아닌 일용 업체에서 고용된 제임스는 계약 기간이 끝나 조엘, 제프와 함께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  -  -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열심히 노력해서 내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모든 시멘트 작업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바닥을 보수하는 게 주목적이라 8시간 동안 일하며 쉬는 시간이나 반죽할 때를 제외하곤 계속 바닥을 기어 다니며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일이 끝나면 무릎과 손목이 너무 아프고 시멘트 냄새에 머리도 아파왔어요.


   쉬는 시간에 샵에 가보면, 다른 Trade 팀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는데, 나는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없고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 이게 당연한 거고 불평할 처지도 아니었어요.


   누구나 처음은 힘들고 저 팀원들도 과거엔 내가 지금 밟고 있는 과정을 거쳤을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언젠가 나도 저 사이에 섞여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 다짐했어요.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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