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매주 금요일 데니스에게 일을 배우게 된 지도 두 달여가 지나고 이젠 제법 용접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물론 아직 능력 있는 저니맨처럼 웰딩 모양이 예쁘진 않지만, 적어도 튼튼하게 웰딩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어요.


   여느 때처럼 데니스에게 신나게 욕먹어가며 일을 배우고 있는데, 매니저 숀이 와서는 중앙 복도 배수로 뚜껑이 덜렁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모서리 쪽 시멘트도 깨져 팔레트 잭 바퀴가 자꾸만 끼인다며, 보수해달라고 워크 오더를 내렸어요.


   평소 같으면 나와 함께 가서 확인했을 텐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내게 가서 확인하고 오라 했어요.


D : "So?" / "그래서?"

T : "Yeah, definitely needs to be fixed." / "고쳐야 될 거 같아."

D : "What's your plan?" / "어떻게 고칠 거야?"

T : "Don't ask me~ you're the boss." /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대빵이야."

D : "F*ck off. Just tell me your idea." / "시끄러워. 어떻게 할 건지나 말해봐."

T : "I checked under the cover plate as well and it seemed like the cement was not even at all. So I think we need to weld different sized tubings on the plate." / "뚜껑 밑을 확인해봤는데, 시멘트가 평평하지가 않아. 그래서 다른 사이즈 튜빙들을 용접해야 할 거 같아."

D : "Okay. Do it." / "그래. 해봐."

T : "You sure?? Oh well~ Anyway the one who will fix it is you if I screwed it up eh?." / "확실해?? 뭐 어쨌든 내가 망치면 고칠 사람은 너니까."

D : "Now you know how to play f*cker. Good luck." / "많이 컸네? 잘해봐."


시멘트 보수 공사

   바닥에 보이는 하얀 가루는 청소 크루가 지난밤 중앙 통로를 청소한 후 뿌려놓은 살균성분이 섞인 가루예요. 그리고 정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기다란 배수로 뚜껑이 손봐야 할 녀석이에요.


캐나다 일자리

   상황 파악을 위해 일부러 이리저리 배수로를 밟으며 걸어보고 들어 올려서 배수로를 지지하는 콘크리트의 상태가 어떤지도 확인해보았어요.

 

배수로 녹

   물이 자주 닿고 가끔 뜨거운 스팀이 스며들 때도 있어서 배수로 뚜껑은 이미 녹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두께가 얇아질 정도로 심하진 않았기에 새로 만들지 않고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대만 추가하기로 결정했어요. 

배수로 공사

   콘크리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뚜껑을 완전히 제거해보니, 양끝 부분이 심하게 깨진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지대를 용접한 후 마무리로 양 끝부분에 시멘트 반죽을 발라 깨진 부위를 메우는 작업도 추가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캐나다 용접

   콘크리트 바닥이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용접할 부위를 정한 뒤, 바닥부터 배수로 뚜껑까지의 길이를 측정하고 마킹해두었어요. 약간의 오차는 괜찮겠지만, 너무 차이가 많이 나버리면 지지대를 추가한 후에도 뚜껑이 흔들리게 되므로 두세 번 더 측정값을 확인했어요.


배수로 녹제거

   가끔 뚜껑 위로 지게차가 지나가기도 하므로 지지대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앵글 대신 튜빙을 사용해 버티는 힘을 증가시켰어요. 측정값을 여러 번 확인했음에도 지지대 용접 후 뚜껑을 덮어보니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서 배수로에 물을 흘려보낸 뒤 다시 뚜껑을 닫아 모든 지지대의 하단부가 일정한 높이로 물에 젖을 때까지, 그라인더로 다듬으며 균형을 맞췄어요. 


캐나다 시멘트 작업

   시간이 제법 걸리긴 했지만, 탱크가 지나가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지지대를 용접하고 균형을 맞춘 뒤 마무리 작업으로 배수로 뚜껑의 양 끝에 깨진 시멘트 보수 작업을 시작했어요. 물때와 먼지가 많이 껴있어서 콘크리트 드릴을 이용해 깨진 부분을 가볍게 더 깨주고 힛 건(열풍기)을 이용해 표면도 완전히 건조시켰어요. 그 후 반죽해놓은 시멘트를 붓고 성형하면서 물길도 새로 만들어 준 뒤, 제발 아무도 밟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라바콘을 세우고 분필로 커다랗게 글씨도 써 놓았어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 시멘트 위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도대체 왜..)


   일을 시작한 후로 작은 일들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혼자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맡게 된 프로젝트였는데,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뿌듯했어요. 무엇보다도 열심히 배워 온 용접 기술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어서 기뻤고 날 믿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맡겨준 데니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하루였어요. 



다음 글에 이어서...



※ 큰일 할 남자 블로그 포스팅 공유 안내

    본 포스팅에 관한 모든 권리는 '큰일 할 남자'에 있습니다. 게시글 공유는 '큰일 할 남자' 블로그에서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글로 연결되는 URL을 함께 첨부할 경우에만 허락하며 공유된 글은 본문의 30%가 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합니다. 문의 사항은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작성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