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위니펙 카페 일자리 구하기 (실행하기)

  온라인 지원을 마친 다음 날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위니펙에 온 후 첫 인터뷰 전화이자, 내 생애 첫 영어 전화였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나는 할 수 있다! 까짓거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받았지만, Hello 이후의 말들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음... 어..." 만 계속 반복했다.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고, 상대방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내 첫 인터뷰 전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 너의 말이 너무 빨라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문자로 한 번 더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지나간 일은 털어버리고, 준비해둔 레쥬메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내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집에서 5분 거리의 개인 카페였다. 가는 동안 들어가서 어떻게 말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지만, 막상 가게 앞에 다다르니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내 '내가 영어 못한다고 비웃으면 어떡하지?', '내 말을 못 알아 들으면 어떡하지?'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을 메웠다. 이 생각들을 가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오전 인터뷰 전화 때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죽은 모습으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가게 주변을 5분 정도 다시 걸으며 자기 암시를 시작했다. '만약 지금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면? 만약 내가 구직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 하루밖에 없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하니,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여전히 긴장감은 있었지만,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난 지체하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직원에게 내 구직 생활의 첫 마디를 꺼냈다. "Hello? Are you guys hiring now?" 그 직원은 내게 지금 당장은 구인 중이지 않지만, 원한다면 레쥬메를 주고 가도 좋다고 말했고 나는 직원에게 레쥬메를 전해준 채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레쥬메를 내러 가게에 들어갔을 때

점원 : Hello.

큰남 : Hi, how are you?

점원 : I'm good thanks, you?

큰남 : Good thanks. I'm wondering if I can see your manager. Because I'd like to apply for a job here.

점원 : Sure. Hold on a second.

매니저 : Hello I'm the manager here.

큰남 : Hi. I'd like to apply for a job. Are you hiring now?

매니저 : Not at the moment. But if you want, you can give me your resume.

매니저 : Yes, we are. Which position are you looking for? And are you looking for a part-time job or a full-time job?

큰남 : I'm looking for a full-time job.

  모든 일이 그렇듯 첫 시도가 힘들지 몇 번 겪다 보면 금세 익숙해져 처음의 떨림과 걱정은 사라진다. 나 역시도 레쥬메를 전해 줄 때 처음엔 단도직입적으로 구인 중인지 묻고 바로 레쥬메를 전해주는 게 전부였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직원에게 안부를 묻는 여유도 생겼고 더 후엔 레쥬메를 직접 매니저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니저를 불러줄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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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담이지만 위니펙의 겨울 날씨는 매우 춥기로 유명한데, 내가 레쥬메를 돌리던 기간의 체감온도는 영하 30~40도였다. 그 추운 날에 나와 함께 이력서를 내러 돌아다녀 준 Kaya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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