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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온 지 햇수로 9년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커플이 캐나다에 와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던 것 같다.

 

-

 

캐나다 위니펙에 첫발을 들이고

 

Kaya와 함께 처음으로 살 곳을 렌트했을 때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마도 낯선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이지 않을까?

 

- -

 

나름대로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하며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어디 하루 이틀 만에 영어가 완성되면 어느 누가 영어 공부가 어렵다고 하겠는가?

 

누구나 그렇듯 "How are you? Fine, Thank you."만 기깔나게 연습한 후 내딛은 구직 현장.

 

패기 혹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이곳저곳 좋아 보인 곳에는 다 레쥬메를 보냈지만,

 

하염없는 기다림에 점점 희미해져만 갔던 희망.

 

그나마 운 좋게 잡힌 인터뷰에서도 나 자신조차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며 탈락.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별볼것 없던 내 모습에 자신감은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대로 될까..? 정말 난 캐나다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과 좌절로 둘러싸여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상황

 

Kaya의 단순했지만 '넌 할 수 있어'라는 한마디가 왜인지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 - -

 

돈을 쓰는 것과 버는 것은 다르다.

 

경력도 없는, 영어도 못하는, 비자도 제한적인...

 

현재 내 상황과 능력을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동기부여를 해주는 영상이나 책을 보면

 

흔히들 '꿈은 크게, 자신을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라!'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그때 당시의 나에겐 적용되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 당시의 우린 한국에서 가져온 돈이 떨어져 가고 있었고

 

비자의 유효 기한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 - - -

 

Kaya는 이미 워홀 비자를 사용해버려서 학생 비자를 받아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학교는 동떨어진 외딴곳에 있어서

 

Kaya는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야 했다.

 

그래도 불평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Kaya를 보며 힘을 얻었고

 

Kaya를 위해,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 - - - -

 

이후 난 건강한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손세차장에서 첫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땀범벅이 되며 힘들긴 했지만,

 

캐나다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믿음

 

그리고 Kaya의 내가 최고라는 응원으로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바로 내 통장에 돈을 입금해주지만, 세차장에서 일할 땐 체크를 나누어 줬는데,

 

첫 체크를 받았을 때의 뿌듯함과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Kaya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 - - - - -

 

조금씩 영어가 늘고 문화에도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져서

 

세차장 이후 로컬 카페와 스타벅스 그리고 캐나다구스로 일자리를 옮기며

 

비록 기본 시급을 받는 직업이었지만, 다양한 경험도 하고 영주권 또한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 나와 5년을 함께해준 Kaya와 결혼식을 올렸고

 

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캘거리로 이사했다.

 

- - - - - - -

 

캘거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Kaya와 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조급하게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직업을 찾자는 것에 동의했다.

 

이렇게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Kaya와 난 그동안 위니펙에서 아끼고 아껴 저축했던 돈으로 생활을 하며 약 1년간 교육을 받았다.

 

현재 Kaya는 IT 필드에서 App Developer 포지션으로, 난 Trade필드에서 Industrial Mechanic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우린 사회 초년생이지만,

 

난 우리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밝을 거라 굳게 믿고 있다.

 

- - - - - - - -

 

그동안 우린 정말 잘해왔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잘 버텼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이 우리에겐 정말 큰 기쁨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린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어떤 변화가 있을까?

 

몇 년이 지난 후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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