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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머리 스타일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는 일단 자르고 나야 알 수 있으므로
겁 없이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모든 스타일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처음엔 어색해도 금방 새로운 모습에 적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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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고모가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찾아가 스타일링을 받았어요.
캐나다에 온 후로는 미용실을 가지 않고
카야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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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 건 카야가 미용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제가 캐나다 미용실에 가기 겁나해서 시작되었어요.
미용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귀동냥으로 커팅 비용이 아주 비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남자 기준 일반 커팅이 약 $20 + Tip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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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머리를 자른 건 캐나다에 온 후 약 2개월이 지나서였어요.
미용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샤퍼스에서 약 $40을 주고 바리깡을 하나 샀어요.
처음 만져보는 바리깡에 카야는 겁먹은 듯 보였지만,
이내 곧 적응해 그 이후로는 제법 능숙하게 머리를 잘라주었어요.
약 1년 전 문득 머리를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도 긴 머리를 시도해보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맨번 스타일의 남자들을 자주 보며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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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빨리 자라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1년을 길러왔는데도 맨번 스타일을 위한 길이까지는 자라지 않았어요.
더욱이 애매한 머리 길이에 모자를 쓰지 않으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근 5개월 동안은 외출할 때면 항상 모자와 함께 다녀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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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함을 잘 참아왔는데,
오늘 아침 대청소 중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잘 안 쓰는 물건을 넣으려고 서랍장 문을 열었는데
고이 넣어뒀던 바리깡 박스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오, 오랜만에 보는 박스군.'
하고 생각하며 물건을 넣고 문을 닫았는데
잠시 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바리깡 박스가 서랍장에서 떨어졌어요.
그 순간 문득 '이건 하늘의 계시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그 즉시 박스를 집어 들고 화장실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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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배터리가 없어 충전기에 바리깡을 꽂아두고
그동안 사무용 가위로 윗머리와 뒷머리를 자르기 시작했어요.
반삭을 제외하고 혼자서 머리를 자르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거울을 보고 자르다 보니 손이 자꾸만 생각과 반대로 움직여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혼자서 머리카락과 씨름하기를 20여 분, 길이는 어느 정도 짧아졌고
바리깡도 사용하기 충분할 정도로 충전되었어요.
혼자서 뒷머리까지 다듬다간 실패 후 결국 반삭을 하게 될 거 같아
옆머리만 깔끔하게 밀기로 했어요.
바리깡에 33mm 캡?을 씌우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자르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작업이라 원하는 모습으로 자를 수 있었어요.
만약 바리깡을 좌우로 움직여야 했다면,
지금쯤 까까머리로 글을 쓰고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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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쪼록 약 1년 만에 자른 머리는 만족스러운 모습이었고
일을 마치고 온 카야도 정말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어요.
카야가 '정말'을 3번 이상 사용하면 화이트 라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2번 말했으니 아마 진심인 듯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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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갖게 되면,
무언가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 에너지를 카야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요!!
그러면 카야도 기분이 좋아져서 노트북 예산을 늘려줄지도 몰라요.
" 머리를 자르다! 긴 머리 안녕~ " - 2017년 11월 11일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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