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한 통 사온 곤약젤리. 나름 90개입이라 꽤 오랫동안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 젤리가 한가득 담겨있던 통은 텅텅 비어버렸어요. 젤리 학살자 카야가 다녀간 길에는 오직 빈 젤리 껍질만 남아있을 뿐... - 카야가 젤리를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먹을 줄 몰랐어요. - - '감기 걸려서 목 따가울 땐 젤리지!' '배고파서 꼬르륵거릴 땐 젤리지!' '자고 일어났으니까 젤리지!' '매운 거 먹었으니까 젤리지!' '밥 먹고 나서는 젤리지!' 카야가 젤리를 먹는 데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카야주려고 젤리 한 통을 집어 들었어요. 이걸 보고 좋아할 카야 얼굴을 떠올리니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어요..
카야와 저는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아요. 평소엔 아주 친하게 잘 지내지만, 가끔 건강에 관련해선 대립 구도가 생기기도 해요. - 저는 건강 관리에 아주 민감한 편이지만 카야는 쿨한? 편이에요. 몸 관리에 관심이 많아 관련 글도 찾아보고 교육도 받으며 얻은 건강 지식을 카야에게 아무리 알려주어도 카야는 기억해주지 않아요. - - 전 몸에 안 좋다는 걸 한 번 들으면 되도록 하지 않거나 먹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카야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데 카야는 항상 '내게 권할 순 있지만, 강요할 순 없어!'라고 말하며 뺀질거려요. 한 달 전 즈음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던 광고는 독감 예방 주사에 관한 거였어요. 캐나다에 온 이후 매년 겨울이면 감기에 걸려 코 찔찔이가 되었기에 이번엔 휴지 낭비하기 전..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추욱 늘어지고 쳐지는 날이 있어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 - 퇴근 후 소파에서 힘없이 빈둥거리고 있는데 일 마치고 집에 온 카야가 무슨 일 있었냐며 물어보았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왜인지 모르게 무기력하다고 말하니, 맛있는 걸 만들어 주겠다고 했어요. - -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요새 카야가 베이킹에 재미를 붙인 걸 알기에 진저 쿠키가 먹고 싶다고 말했어요. - - - 카야가 쿠키를 만드는 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오븐을 여닫을 때마다 풍겨오는 향긋한 생강 향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 - - - 베이킹을 시작한 지 약 1시간 정도가 지나고 카야가 접시에 쿠키를 하나 담아 왔어요. 그리곤 원래는 식은 뒤에 먹어야 하지만 특별 쿠키를 하나 만들었다며 먹어 보라고..
전 머리 스타일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는 일단 자르고 나야 알 수 있으므로 겁 없이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모든 스타일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처음엔 어색해도 금방 새로운 모습에 적응할 수 있어요. - 한국에서는 고모가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찾아가 스타일링을 받았어요. 캐나다에 온 후로는 미용실을 가지 않고 카야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어요. - - 사실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 건 카야가 미용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제가 캐나다 미용실에 가기 겁나해서 시작되었어요. 미용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귀동냥으로 커팅 비용이 아주 비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남자 기준 일반 커팅이 약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