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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광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올라올 때마다 꾸준히 지원했지만, 여전히 기대했던 만큼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간혹 오는 전화도 내게 영주권이 있는지 물어보곤 비자 기간 문제로 고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끊어버렸다. 내게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기에 계속 이렇게 낭비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재는 건 더는 사치였다. 어떻게든 구직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야 했다. 이곳에서의 난 여러 제약이 걸려있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 내가 상상하던 그런 멋진 사람은 아니었다. 


  몸 쓰는 일도 지원하기 위해 레쥬메에 군대에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캐나다인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내용은 결정적으로 내가 첫 직장을 구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레쥬메를 수정한 뒤 키지지에 올라와 있는 청소 관련잡들을 지원했고, 구글맵에서 찾은 업장에도 빠짐없이 방문해 지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카워시에서 운이 좋게도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기본적인 질문 후에 그들은 내게 힘든 일인데 견뎌 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내가 레쥬메를 가리키며 한국에 있을 때 군대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어필했다. 그걸 본 오너와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즉시 내일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다음날부터 바로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내가 일한 카워시는 세차 시스템이 총 3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먼저 차가 세차장에 진입하면 Front 팀이 차 내부의 발판을 씻은 후 차에 달라붙어 있는 벌레들을 제거하고, 표면의 먼지를 고압의 물로 애벌 세차한다. 그 후 차를 머신에 진입시키면 세차 머신이 거품과 코팅액들을 뿌린 뒤 헹궈 낸다. 마지막으로 차가 머신을 거쳐 나오면 Back 팀이 에어건과 마른걸레를 이용해 차를 닦아내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이 8분 이내에 이루어졌다.


       Front 팀         -▶         머신         -▶         Back 팀


     。차 내부 발판 청소              。세제 거품, 코팅액 분사            。에어건으로 틈새 물기 제거

     。벌레 제거, 애벌 세차              。거품 행구기                  。마른 걸레로 물기 제거


  내가 일한 곳은 Back 팀이었는데, 맡은 업무는 정말 간단했다. 에어건으로 창문 틈새와 손잡이 틈새의 물기를 제거하고, 걸레로 차 표면과 유리창을 닦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일이 바쁜 날은 트랙을 따라 계속해서 차가 오기 때문에 잠시라도 쉴 틈이 없었다. 만약 시간 내에 내가 맡은 파트를 끝내지 못한다면 뒷 차와 부딪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트랙을 멈춰야 했는데, 트랙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내가 멈추면 함께 일하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었다. 그러므로 무조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처음엔 이 타이밍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더욱이 내가 일하기 시작했을 때가 쌓였던 눈들이 녹기 시작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도로에는 눈이 녹아 생긴 더러운 물웅덩이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카워시엔 사람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면 중간에 30분의 식사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 30분을 제외하곤 1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날이 한동안 계속됐다. 안 그래도 건조한 날씨에 계속 물기 있는 걸레를 만지다 보니 일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손이 망가져 버렸다. 손이 갈라지고 피가 났지만, 쉽게 그만둘 순 없었다. 대비책으로 장갑을 꼈지만, 이 장갑들도 채 1달을 버티지 못하고 구멍 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다짐했고, 함께 일하는 코워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려 계속 노력했다.


                            


  일한 지 약 2개월 정도가 지나고부터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오너가 날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기 시작했고, 일도 손에 익어 더는 허둥지둥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반복되는 고강도 작업에 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면 허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Kaya의 정성 어린 마사지로 버틸 수 있었다. 


  6월이 되고, 날이 풀리면서 카워시엔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너는 이에 맞춰 같은 시간대 일하는 직원 수도 조정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몇 안 되는 풀타임 워커 중 한 명이었던 나도 스케쥴 조정을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줄어버려 오너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나만 줄인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조정 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더 생겼는데, 내 스케쥴이 잡혀 있는 날 비가 오면 당일 아침 day-off 하라는 전화를 받게 되었고, 출근한 날에도 손님이 없으면 조기 퇴근 하는 날이 잦아졌다.



  카워시 업무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스케쥴이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했다. 물론 이곳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선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없었다. 스케쥴이 너무 유동적이라 세컨잡을 구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예상했던 근무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스케쥴을 몇 주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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