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올라올 때마다 꾸준히 지원했지만, 여전히 기대했던 만큼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간혹 오는 전화도 내게 영주권이 있는지 물어보곤 비자 기간 문제로 고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끊어버렸다. 내게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기에 계속 이렇게 낭비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재는 건 더는 사치였다. 어떻게든 구직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야 했다. 이곳에서의 난 여러 제약이 걸려있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 내가 상상하던 그런 멋진 사람은 아니었다. 몸 쓰는 일도 지원하기 위해 레쥬메에 군대에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캐나다인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내용은 결정적으로 내가 첫 직..
키지지와 인디드 등을 이용해 꾸준히 일자리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홀튼 이후로는 계속 휴대폰이 잠잠했다. 되도록 외국인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로 시간 제약이 있는 내게 사사로운 것까지 모두 따지는 건 욕심이었다. 아쉬운 대로 위니펙 한인 사이트와 깻잎 나라 카페에 올라와 있는 한인 업체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인을 상대로 구인광고를 낸 것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적어 인터뷰도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자유로워 부담이 덜했다. 광고를 보고 첫 번째로 전화 건 스시집의 사장님은 굉장히 무례하셨다. 나이를 떠나 초면에는 존댓말을 쓰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바로 말을 놓으시며 너 몇 살이냐?, 언제 왔냐?, 영..
호텔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팀홀튼에서 전화가 왔다. 캐나다에서는 레쥬메를 내고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연락 온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레쥬메를 냈던 카페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대책으로 다른 곳에 레쥬메를 넣고 있던 내겐 정말 반가운 전화였다. 전화상으로 왜 팀홀튼에 지원했는지, 비자 기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팀홀튼에서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지 등을 묻는 간단한 1차 인터뷰를 봤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기를 쓰고 말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매니저는 내게 2차 인터뷰를 보자고 말했다. 2차 인터뷰는 팀홀튼 매장에서 진행되었다. 매니저 2명과 인터뷰를 봤는데, 그들은 내게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전공이 뭐였니?, 왜 그 전공을 선택했니?, 그 전공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래? 등..
온라인 지원을 마친 다음 날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위니펙에 온 후 첫 인터뷰 전화이자, 내 생애 첫 영어 전화였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나는 할 수 있다! 까짓거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받았지만, Hello 이후의 말들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음... 어..." 만 계속 반복했다.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고, 상대방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내 첫 인터뷰 전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 너의 말이 너무 빨라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문자로 한 번 더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