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위니펙 한인 업체 인터뷰 후기

  키지지와 인디드 등을 이용해 꾸준히 일자리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홀튼 이후로는 계속 휴대폰이 잠잠했다. 되도록 외국인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로 시간 제약이 있는 내게 사사로운 것까지 모두 따지는 건 욕심이었다. 아쉬운 대로 위니펙 한인 사이트와 깻잎 나라 카페에 올라와 있는 한인 업체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인을 상대로 구인광고를 낸 것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적어 인터뷰도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자유로워 부담이 덜했다.

  광고를 보고 첫 번째로 전화 건 스시집의 사장님은 굉장히 무례하셨다. 나이를 떠나 초면에는 존댓말을 쓰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바로 말을 놓으시며 너 몇 살이냐?, 언제 왔냐?, 영주권 따고 싶냐?, 누구랑 왔냐? 결혼은 했냐? 등의 구직과는 큰 상관이 없는 질문들만 하셨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인터뷰 약속을 잡지 않은 채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두 번째로 전화 건 스시집의 사장님 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이프와 함께 왔다고 하니, 와이프는 뭐하냐? 무슨 학교 다니냐? 거긴 아무나 가는 학교다. 등 구직과 상관없는 말들을 하셨고, 심지어 난 한 업주의 사장이고 넌 내게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니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걸 받아들여라 라는 식의 말을 하며 계속 동의를 구하셨다. 이곳 역시 인터뷰 약속을 잡지 않고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세 번째로는 타일 일을 하시는 분께 연락을 드렸다. 캐나다에서는 기술을 배워 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간단히 문자로 약속을 잡고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은 인상이 굉장히 좋으셨고, 이전의 두 사장님과는 다르게 어떤 일을 하게 될 거며 자신이 왜 사람을 뽑는지 등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해주셨다. 오래 일할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하시기에 현재 내 비자에 대해 말씀드렸고, 가능하면 영주권 지원을 받아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었고, 사장님께서는 이 자리에서 성급하게 결정하려 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한 뒤 문자 달라 하셨다. 그날 저녁 Kaya와 상의한 뒤 사장님께 일하고 싶다고 문자 드렸는데, 나는 영주권 문제 때문에 부담스러워 순수히 일을 원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줬다는 답장을 받았다.

  네 번째로는 한국분이 오너로 계신 레스토랑의 서버에 지원했다. 간단한 통화 후 인터뷰 약속을 잡았고, 인터뷰 날 약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사장님께서 지금 손님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 하셔서 레스토랑 한쪽에 앉아있었는데, 약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으셨다. 바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약속을 미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시간 내서 인터뷰 보러 온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더욱이 한참 뒤 오셔서 하신 첫 말씀은 '오래 기다렸죠?'가 다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연달아 하신 말씀은 더욱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우리 가게 서버는 남자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뽑기가 좀 망설여지네...' 이 말은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이미 하셨어야 할 말이다. 그랬더라면 인터뷰 약속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사장님과 몇 마디 더 주고받다 보니 이 가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적당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채 나왔다. 

  마지막으로 지원한 곳은 또 다른 스시집이었다. 한인 구인 광고란에 스시집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위니펙엔 스시집을 운영하는 한인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번에 지원한 곳은 최근에 올라온 광고라서 버스를 타면 많이 멀지 않아 직접 레쥬메를 들고 찾아갔다. 광고에 시급을 명시해 두었고, 영주권을 지원해준다는 문구를 보았기에 반드시 기회를 잡고 싶었다. 가게 안에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계셨고 간단히 인터뷰를 봤다. 다행스럽게도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날 마음에 들어 하셨고, 지금 매니저가 휴가 중이니, 5일 뒤에 돌아오면 매니저와 면접 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린 널 뽑고 싶으니 고용 된 거라 생각하라 하셨다. 그러면서 메뉴를 외워 오면 일할 때 더 편하다며, 집으로 가는 내 손에 메뉴판을 쥐여 주셨다. 난 매니저와의 면접을 앞두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일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생소한 스시 재료는 구글링하면서 수많은 메뉴를 다 외웠다. 매니저와의 면접날 가게에 가니 사장님과 매니저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간단히 인사한 후, 매니저와의 면접이 시작됐다. 사실 면접이라기보단 매니저의 억지스러운 설득이 시작되었다. 매니저는 내게 위니펙에 온 이유가 경험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영주권을 위해서인지 물었다. 나는 경험도 경험이지만 우선은 영주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가 '그렇다면 우리가 너의 영주권을 서포트 해주겠다. 그러니 우리도 얻는 게 있어야겠지?' 라는 말을 시작으로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근무는 주 6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였고, 월급은 한 달에 세금을 모두 제외하고 1,000불을 주겠다고 했다. 단, 영주권을 지원하기 위해선 법에 어긋나지 않는 돈을 받아야 하는데, 법에 맞도록 돈을 지급할 테니, 받은 돈에서 1,000불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분명 구인 광고에서 기본 시급을 지급한다는 글을 봤었는데 그건 면접을 보러 오게 하는 일종의 미끼였다.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몹시 화가 났다. 그리곤 다시는 한인 업체엔 지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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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자신이 한 가게의 오너로서 내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급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난 그 돈을 공짜로 받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받는 건데, 왜 자신들이 내게 일자리와 돈을 준다는 것만 강조하며, 더 높은 위치에 있으려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또한, MPNP로 영주권을 지원할 때 업주가 해야 할 일은 실제로 영주권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처럼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게 다인데, 그걸 무슨 엄청난 권력으로 생각하고 부리려는 게 날 아주 화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여러 워홀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의 위니펙 한인 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뽑아 쓰고 있었다. 영주권을 목표로 위니펙에 온 워홀러들은 시간 제약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런 조건에서라도 일하고 있는 셈이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이런 행동을 하는 한인 사장님들이 정말 비양심적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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