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와 이것저것 볼일을 보던 6월 말 즈음 일요일 오전 회사 매니저에게 문자가 왔어요. 급한일은 아니지만, 시간 나면 전화를 달라기에 연락해보니 BC주에 출장 보낼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혹시 갈 수 있냐고 물어보며 출장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주곤 와이프와 상의해본 뒤 문자를 달라고 했어요. Kaya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이렇게 BC주로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 잠시 뒤 HR매니저는 출장 예약을 위해 개인 정보와 선호도 등을 묻는 양식을 보내주었고 다음과 같은 출장 중 지출에 관한 정보도 보내주었어요. 1. 비행 당일은 비행시간 + 2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기록. 2. 비행 티켓 및 수하물 비용은 회사에서 지급. 3. 호텔은 개인실이며 조식이 포함된 곳으로 회사에서 예약. 4. 렌탈카..
캐나다에 온 지 햇수로 9년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커플이 캐나다에 와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던 것 같다. - 캐나다 위니펙에 첫발을 들이고 Kaya와 함께 처음으로 살 곳을 렌트했을 때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마도 낯선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이지 않을까? - - 나름대로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하며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어디 하루 이틀 만에 영어가 완성되면 어느 누가 영어 공부가 어렵다고 하겠는가? 누구나 그렇듯 "How are you? Fine, Thank you."만 기깔나게 연습한 후 내딛은 구직 현장. 패기 혹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이곳저곳 좋아 보인 곳에는 다 레쥬메를 보냈지만, 하염없는 기다림에 점점 희미해..
예전에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뉴스에 나오고 해도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게 느껴져요. - $35 하던 쌀은 25%가 올라 $43이 되었고 $6.99면 사던 달걀도 15%가 올라 $7.99가 되었어요. 그외 다른 식품들의 가격도 올라 평소에 $150이면 무거워졌던 장바구니가 이제는 $200은 써야 비슷한 수준이 되는 상황이 되었어요. 또한, 기름 값도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1월과 비교했을 때 20%가 오른 $1.63/l가 되어 일주일에 기름값으로만 $20 이상 더 나가고 있어요. - - 물가가 오르면서 벌이도 같이 올라주었으면 좋겠지만, 회사를 옮기며 시급도 낮아지고 초과근무도 줄어들어 이전처럼 넉넉하게 저축을 하지는 못하게 되었어요..
카야와 함께 작년 여름 즈음 집을 살까 고민하다가 당장 무리해서 마음에 들지 않은 집을 사기보단, 자금을 조금 더 모아서 마음에 드는 집을 살 능력이 되면 사기로 했어요. - 집 구매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작년 겨울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이전에 지내던 콘도는 나름 신식이라 내외부가 깔끔했지만, 아쉽게도 동네 치안이 별로 좋지 않았고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불만이 쌓여갔어요. 그러다가 여름 홍수 때문에 대미지를 입은 덴과 키친 수리를 6개월이 지나도록 해주지 않아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 - 한국에 관심이 많아 쉽게 친해졌고, 지난 2년간 제법 많이 정들었던 콘도 오너와 인사를 하고 작년 겨울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더 이상 뚜벅이가 아니기에 이..
캐나다 주식 블로그 주소 : https://canadastock.tistory.com/ 최근 블로그에 글을 적을 때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주식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글을 많이 적었습니다. 돈이 관련된 주제이므로 여러 자료 조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했고 이 때문에 한번 글을 발행하려면 며칠이 소요되었습니다. - 어느정도 관련 글이 쌓여가고 주식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날 때 즈음 제가 작성한 글을 교묘하게 조금씩만 바꾸어 포스팅하는 블로그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한 글이 단 몇 분 만에 누군가의 손에 가로채진다는 게 정말 많은 좌절감을 주었습니다. - - 하지만, 꾸준히 이 블로그에 방문해주시고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시는 구독자 분들을 위해..
'바쁨'이라는 핑계를 방패 삼아 잠시 떠나 있었던 블로그.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글을 적어보려해요. - 변화 없이 일정하게만 굴러가는 하루하루가 지루해서 가끔은 궁시렁거리곤 했던 캐나다 삶. 지금은 그런 삶이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다이나믹하길 바라 왔어요. - - 내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니면 불평하던 날 골탕 먹이기 위한 작전인지 최근 한 달간 내게 발생한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이 모든 일이 한 달만에 발생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일이 있었어요. - - - 이 글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떠나 있던 동안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느꼈던 점들을 공유해보려 해요. 구상 중인 주제는 다음과 같아요. 1. SA..
예전부터 제 블로그를 읽어 오시던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전 이렇다 한 경력이나 학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캐나다에서 안 굶어 죽고 아직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건 Kaya의 도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년 전,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기 전이었음에도 김칫국을 두세 사발씩 들이키며 걱정하던 게 영주권을 취득한 후의 삶이었어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영주권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현 상황을 합리화하기엔 가지고 있는 능력이 보잘것없어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어요. - 2개월간 구직 활동을 하며 배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예전에는 할 수 있을 만한 일자리가 보이면 무조건 지원부터 했는데, 이번엔 경력이 쌓이면서 연봉도 오르..
몇 주 전 환불요청한 상품의 환불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TD 은행 계좌를 확인하다가 'BALANCE PROTECTION INS'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이 신용카드는 휴대폰 요금을 내거나 작은 지출이 있을 때만 사용할 용도로 만든 거라 청구서를 자세히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새어나가는 돈이 있었다니... - 보험료로 큰돈이 나가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해지하기로 했어요. TD 웹사이트의 'Secure Message'를 통해 보험을 해지하고 싶다고 문의하니 온라인 상으로는 해지가 불가하고 해당 부서로 직접 전화하든지 팩스로 관련 서류를 보내야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어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전화를 걸었어요. / TD Ba..
카야와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았어요. 파티 드레스 코드가 어글리스웨터인데 집에는 무난한 스웨터밖에 없어 못난이 스웨터를 찾아 쇼핑을 다녀왔어요. 수요가 많아서인지 여러 곳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스웨터를 팔고 있었어요. 가격대는 $15~40로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어요. 다만, 같은 디자인의 스웨터라도 매장의 할인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디자인도 구경할 겸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을 추천해요. 카야는 빙판길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눈사람 디자인의 스웨터를 골랐고 난 찬란한? 달빛을 받으며 하늘을 나는 루돌프 디자인의 스웨터를 골랐어요.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옷을 살 때는 어깨에 사이즈를 맞추면 손 길이가 짧고 손 길이에 사이즈를 맞추면 옷이 몸에 꽉 끼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옷을 사도 불편함 없이..
도서관 옆으로 'True North Square'라는 주상복합건물이 건설되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공사장 주변에 안전벽을 쌓아둔 걸 보아왔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도록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한 건 이번 년도 초인 것 같아요. 집에서 공사장을 내려볼 수 있어서 건물이 올라가는 초기 단계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어요. 왠지 모르게 조금씩 높아지는 건물을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번 주만 해도 건물의 뼈대만 있어 그 틈 사이로 공항이나 매니토바 하이드로 건물이 잘 보였는데, 며칠 전 유리로 외관(외벽)이 메워진 뒤로는 뻥 뚫려있던 시야가 가로막혀버렸어요. 집에서 비행기가 오르고 내리는 걸 볼 수 있어 카야가 좋아했는데, 지금은 엄청 속상해하고 있어요. - True North Square 관련 기사를 읽..
문득 대학교에 다닐 때 동기들과 군대 선, 후임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져 몇 년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했어요. 취업과 면접을 준비하느라 바쁜 친구, 입사 2년이 지나도 회사 막내라 죽겠다는 친구, 대출을 받아 자기 사업을 시작한 친구 그리고 결혼에 아기까지 낳은 친구 등... 예전에는 공부나 게임 같은 몇 가지 안되는 관심사에 모두가 똘똘 뭉쳐있었지만, 이제는 지나간 세월만큼 각자가 모두 다른,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어요. 아직도 마음가짐은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초반 같은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어렸을 적 막연히 떠올리던 '어른'이라는 모습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모습이에요. 아마 나도 아직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취업 준비에 허덕이고 있거나 혹은 이제 막 입사해 낯선 사회 초년생 ..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한 통 사온 곤약젤리. 나름 90개입이라 꽤 오랫동안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 젤리가 한가득 담겨있던 통은 텅텅 비어버렸어요. 젤리 학살자 카야가 다녀간 길에는 오직 빈 젤리 껍질만 남아있을 뿐... - 카야가 젤리를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먹을 줄 몰랐어요. - - '감기 걸려서 목 따가울 땐 젤리지!' '배고파서 꼬르륵거릴 땐 젤리지!' '자고 일어났으니까 젤리지!' '매운 거 먹었으니까 젤리지!' '밥 먹고 나서는 젤리지!' 카야가 젤리를 먹는 데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카야주려고 젤리 한 통을 집어 들었어요. 이걸 보고 좋아할 카야 얼굴을 떠올리니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어요..
계속해서 블로그에 적어왔지만,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카야와 꽤 많은 물건을 샀어요. 모두 다른 매장(웹사이트)에서 주문했기 때문에 배송이 따로 되었는데, 이 때문에 거의 하루건너 아파트 오피스에 택배를 찾으러 갔어요. 덕분에 오피스 직원은 우리를 택배 보이, 택배 걸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오피스에 들어가자마자, "Parcel? You guys ordered a lot of stuff!"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주었어요. 아마 우릴 인터넷 쇼핑 중독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살던 아파트들은 서명이 필요한 택배나 가격이 많이 나가는 물건이 담긴 택배는 오피스에서 보관해주지 않고 근처 택배 회사에서 직접 찾아가라는 노티스를 남겨주었는데, 지금 사는 곳은 오피스에서 모든 택배를 다 받아주어요...
집안일을 할 때나 작업을 할 때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에요. 라디오를 듣다 보면 굳이 TV를 보지 않아도 위니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 예전엔 살아남기 바빠 나와 직접 관련된 일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고 나니 닫았던 귀를 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어요. - - 영어가 짧아 주로 음악 라디오를 많이 듣지만, 진행자가 가끔 들려주는 위니펙 소식으로도 대략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어요. 특히 노래 사이사이 전달해주는 이 정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전달해야 하므로 쉽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최고의 조건이에요. 캐나다 라디오도 출퇴근 시간에는 한국과 같이 청취자에게 현재 도로 상황을 제보받아 또..
카야와 저는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아요. 평소엔 아주 친하게 잘 지내지만, 가끔 건강에 관련해선 대립 구도가 생기기도 해요. - 저는 건강 관리에 아주 민감한 편이지만 카야는 쿨한? 편이에요. 몸 관리에 관심이 많아 관련 글도 찾아보고 교육도 받으며 얻은 건강 지식을 카야에게 아무리 알려주어도 카야는 기억해주지 않아요. - - 전 몸에 안 좋다는 걸 한 번 들으면 되도록 하지 않거나 먹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카야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데 카야는 항상 '내게 권할 순 있지만, 강요할 순 없어!'라고 말하며 뺀질거려요. 한 달 전 즈음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던 광고는 독감 예방 주사에 관한 거였어요. 캐나다에 온 이후 매년 겨울이면 감기에 걸려 코 찔찔이가 되었기에 이번엔 휴지 낭비하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