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름 성인 신분으로는 처음 간 아빠와의 배낚시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만약 네 인생에서 딱 한 번, 네가 얼마를 원하든 부르는 만큼의 돈을 내가 주겠다고 제안하면 넌 얼마를 요구할 거니?" "음... 한 100억?" "자, 그럼 이제 조건을 말해줄게. 넌 네가 요구한 그 돈을 받은 후 그것과 같은 액수의 돈을 스스로 번 후에야 사용할 수 있어. 그전엔 단 1원도 손 델 수 없지. 그렇다면 이번엔 얼마를 요구할 거니?" '음....어.......' 첫 질문을 듣고는 공짜라는 생각에 돈에 담긴 가치와 노력 등은 생각하지도 않고 마냥 큰 액수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으로 막연히 100억이라는 금액을 말했어요. 하지만, 아빠의 두 번째 질문을 듣고는 머릿속이 제법 복잡해졌어요. ..
캐나다에 살기로 한 이후 카야와 매년 겨울이면 서로에게 지난 1년간 고생했다는 의미로 선물을 주고 있어요. 14년에는 비행기 티켓, 15년에는 가구와 커피 머신, 16년에는 빔프로젝터와 스피커, 17년에는 휴대폰, 노트북, 키보드 그리고 헤드셋을 주고 받았어요. 기간을 겨울로 정한 이유는 블랙프라이데이나 박싱데이처럼 큰 할인이 적용되는 이벤트가 있기도 하고 선물을 받게 되면 추운 겨울도 행복한 마음으로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갖고 싶은 게 생겨도 구매하기 위해선 겨울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한 번 더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고 또 다른 좋은 옵션이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어서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어서예요. - 몇 주 전부터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블랙 프라이데이가 드디어 찾..
지난 며칠 동안 어떤 노트북을 사야 할지 정말 정말 많은 검색과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무엇을 살지 정했어요! 우선 계획에 몇 가지 변동이 있었는데, 처음 계획은 같은 성능을 가진 노트북을 2대 사는 거였지만, 사용하는 주목적을 고려해본 후 제 노트북의 성능을 더 좋은 쪽으로 사기로 했어요. 그리고 '오래 쓸 거니까 가격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3~4년 후에도 여전히 쓸만한 노트북을 사자!'는 저의 고집스러운 주장에 초반에 잡았던 예산보다 조금?(더많이) 더 지출하기로 했어요. - 카야가 내건 노트북 조건은 다음과 같았어요. 1. 15" 이상 2. 충분한 용량 3. 8GB RAM 이상 4. 너무 무겁지 않은 것 이 조건들을 반영해서 가격 상한선을 기준으로 15.6" / Intel i5 / 8GB R..
아직 모든 블랙프라이데이 플라이어(전단지)가 나오진 않았지만, 캐나다 할인 정보 사이트의 포럼과 댓글을 읽어보면 아직까진 이렇다 할만한 딜이 없는 거 같아요. -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노트북을 살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리뷰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방문하며, 성능과 가격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포럼에 달린 댓글처럼 역시 만족할 만한 할인율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노트북 가격을 조사하며 알게 된 게 있는데, 오래된 모델이든 새로운 모델이든 대부분 최소 1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가격을 조금 높게 책정해두고 판매 시작부터 '10% 할인된 가격입니다!' 하는 푯말과 함께 고객을 유치하려는 일종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본격적인 ..
캐나다에 살면서 생긴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무단 횡단이에요. 한국에서 지낼 땐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무단 횡단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기회만 생기면 빨간불이어도 냅다 길을 건너 버려요. - 뚜벅이로 지내온 3년을 돌이켜보면 하이웨이 같은 특정 도로를 제외하곤 운전자가 보행자보다 항상 약자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차와 맞닥뜨리면, 주로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하고 큰소리를 내지만, 이곳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보행자가 운전자에게 "운전 똑바로 해!!" 하고 주의를 주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이런 문화 차이 때문에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 - 자연스레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전 머리 스타일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는 일단 자르고 나야 알 수 있으므로 겁 없이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모든 스타일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처음엔 어색해도 금방 새로운 모습에 적응할 수 있어요. - 한국에서는 고모가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찾아가 스타일링을 받았어요. 캐나다에 온 후로는 미용실을 가지 않고 카야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어요. - - 사실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 건 카야가 미용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제가 캐나다 미용실에 가기 겁나해서 시작되었어요. 미용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귀동냥으로 커팅 비용이 아주 비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남자 기준 일반 커팅이 약 $20 ..
그런 사람, 어딘가 있을까? 예절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고 배울 점이 많아 계속 곁에 머무르고 싶은, 그런 사람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요? -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어딘가 적어도 한 명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딱 들어맞는 그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까요? - - 아니면, 어쩌면, 누군가 나와 같은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리고 리더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였다고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는 것은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경력도 물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사람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게 더 큰 부분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어요. 이 능력이 결여된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것은 하..
어떻게 제 개인 메일을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 블로그 구독자 중 한 분께 사려 깊은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구독해 왔다는 말과 함께 시작된 메일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답장을 드리다가 문득 최근 블로그 업데이트가 거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구독자분들께서도 궁금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로 적어보기로 했어요. - - - - - - - -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다? - Looking for a new job? Sewing Operator로 매주 40시간을 일하고 있지만, 육체적으로는 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아 퇴근 후 남는 시간에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간혹 일거리를 받아 웹 프로그래..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해요. 길을 걷다 보면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도 좋지만, 주변 건물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게 정말 좋아요. - - -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모두가 그들만의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텐데 문득 난 무얼 목표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 - - 배우고 싶은 것들이,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한때는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이유로 내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이제는 그 이유가 수많은 핑계 중 하나라는 걸 잘 알아요. - - - - - 머리도 좋지. 뭐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워도 때가 되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그럴싸한 이유가 ..
한국에서 모자람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연고 하나 없는 캐나다에 이민을 결정한 데에는 한국의 바쁜 삶과 치열한 경쟁 문화의 영향이 커요.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또래 친구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유 시간을 반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어요. 12년간 교육을 받아오며 느꼈던 한국의 교육 체계는 너무 이론에만 집중하고 있고 창의적 생각이나 생각의 확장을 막아버린다는 거예요. 어떤 문제든 명확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답을 빨리 찾아내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여겨졌어요.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시를 읽고 분석할 때에는 내가 시를 읽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던 위니펙의 겨울이 지나가고 드디어 거리가 초록색으로 물드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위니펙에서 보낸 첫 여름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햇빛 쨍쨍한 날 밖에 나가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Kaya와 함께 그 사람들 속에 동화되었어요. 위니펙 날씨는 겨울이 유난히 기므로 화창한 날에는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겼어요. - - - 지난 한 주는 캐나다 구스에서 트레이닝을 받느라 이 좋은 날씨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바쁘게 보냈어요. 하지만, 주말에는 트레이닝이 없으므로 하루 날 잡아서 Kaya와 도시락을 준비해 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 - - - - 일요일 아침 아시니보인 파크에서 마라톤이 있는 관계로 Kaya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을 하고 집에 혼자 ..
정말이지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사실 키보드만 앞에 두면 그동안 담아두었던 생각을 막힘없이 풀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기회가 오니 어떤 이야기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졌다. - 멍하니 앉아 주변을 멀뚱멀뚱 두리번거리기만 십 여분 째... 음, 뭐라도 적어보자. - - 마지막으로 '캐나다 일상' 카테고리를 업데이트 한 건 작년 12월 즈음,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들뜨기도 하고 처음 참석하는 캐나다구스 연말 파티에 괜스레 긴장도 잔뜩 하던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 캐나다의 12월은 한국에서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크리스마스와 이브, 그리고 새해와 새해 전날에 초점을 맞추지만, 캐나다에서는 12월이 되면 하루하루가 마치 특별한 날인 듯 설레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
어글리 스웨터 파티와 유래 언제부터인가 북미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파티 테마 중 하나로 어글리 스웨터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패션에 민감한 시대에 목이 다 늘어나고 패션도 한참 뒤처진 어글리 스웨터가 많은 사람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글리 스웨터 파티와 그 유래를 알기 위해선 먼저 스웨터의 탄생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스웨터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유럽지역 어부들이 그물을 짜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추운 겨울 방한을 위해 만들어 입던 옷이 전해져 오늘날의 스웨터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스웨터는 지금은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른 옷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옷감은 2~3배나 더 필요하고 만드는데..
위니펙에서 두번째 택스 리턴 | 기다림의 연속 지난 수요일 카야와 함께 택스 리턴 신청을 했어요.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우리 둘의 수입은 40,000불을 넘지 못했기에 자원 봉사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어요. 무료 택스 리턴 신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위니펙 곳곳에 있는데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걸어서 5분 거리였어요. 작년에는 어떤 게 필요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필요할 것 같은 모든 서류를 들고 갔지만, 이번에는 T4 슬립과 학비 서류, 렌트비를 기록한 종이 그리고 월패스만 들고 갔어요. (헬스 카드를 챙겨가시면 자원 봉사자가 주소나 생일을 기입할 때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요) 401 York Avenue Winnipeg, MB - Norquay Building(지하) 정부 건물..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만, 더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왜 이렇게 모든 게 귀찮을 걸까요? 청소도 귀찮고 블로깅도 귀찮고 밥 먹기도 귀찮고.. 일어나기도 귀찮고 설거지도 귀찮고 이불 개기도 귀찮고.. 오줌보는 터지겠는데 화장실 가기도 귀찮고.. 문자도 귀찮고 눈부신 데 커튼 치기도 귀찮고.. 재활용 비워야 하는데 1층 내려가기도 귀찮고.. 추워서 창문 닫아야 하는데 귀찮고.. 밥 해야 되는데 귀찮고.. 나갔다 와서 외투 걸어야 하는데 귀찮고.. 이어폰 필요한 데 저 눈앞에 보이는 거 주우러 가기도 귀찮고.. 식탁 위에 필요 없는 영수증 버려야 하는데 지금 하긴 귀찮고.. 목마른데 냉장고 안에 물통 가지러 가기 귀찮고.. 귀찮다.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왜 이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