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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모자람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연고 하나 없는 캐나다에 이민을 결정한 데에는 한국의 바쁜 삶과 치열한 경쟁 문화의 영향이 커요.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또래 친구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유 시간을 반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어요.

   12년간 교육을 받아오며 느꼈던 한국의 교육 체계는 너무 이론에만 집중하고 있고 창의적 생각이나 생각의 확장을 막아버린다는 거예요. 어떤 문제든 명확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답을 빨리 찾아내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여겨졌어요.

한국과 캐나다의 교육 문화에 대한 생각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시를 읽고 분석할 때에는 내가 시를 읽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언어 학자(혹은 작가)들이 정한 시의 의도를 바탕으로 시를 분석하는 선생님에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 왜 그렇게 느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접근은 문제를 푸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접어두고 이미 나와 있는 시인의 의도(정답)에 초점을 맞춰 다시 읽어보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수학 시간에도 아이러니한 점이 있었어요. 수학의 매력 중 하나가 답은 한 가지 일지라도 푸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점이라 생각하는데, 학교 선생님은 시험 볼 때 그렇게 풀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빠르게 푸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식으로 가르치며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권장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수학 교육 제도에 불만이 있었던 점은 어떤 개념을 배우면 단순 계산으로 이루어진 수 십, 수 백 개의 문제를 풀고 난 뒤에서야 '심화 문제'라는 명목으로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접한다는 거예요. 더욱이 배운 공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다 보니 숫자가 깔끔하지 않거나 계산식이 복잡해지는데 이런 문제는 시험에 안 나오니 풀기 힘들면 넘어가도 된다는 선생님의 생각은 무엇을 위해 수학을 배우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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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인 생각과 이미 가장 효율적인 풀잇법이 나와 있어도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려고 시도하는 성격은 초등학생 때 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3학년 때는 영재 발굴 프로그램에 뽑혀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마음껏 실험하고 생각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3년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중학교에 입학한 뒤엔 그동안 해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혼란이 오기 시작했어요. 내 생각은 배제한 채 학교에서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만 했어요. 시키는 대로 외우기만 하면 되므로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배우는 것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캐나다 교육

   다른 문화권에서의 교육 환경은 경험해보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어느 곳이 더 낫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겪었던 교육 문화만큼은 훗날 내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아요. 도가 지나칠 정도로 과한 경쟁 문화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심지어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제외한 다른 일을 할 때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기 때문이에요.

캐나다 교육 문화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은 정말 커요.

   사회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이므로 기본(상식)적인 지식은 같은 것을 배우는 게 바르다고 생각하지만, 각각의 생각이나 자라는 환경이 다르므로 모든 부분에서 똑같은 교육만 받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일은 계속하고 싶고 재미없는 일은 조금만 해도 질려버리는 것처럼 배우는 것이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이점에서는 홈 스쿨링이 보편화되어 있는 캐나다 문화가 더 낫다는 생각이에요. 필수 과목을 제외한 부분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배우거나 경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훗날 내 아이들에게는 열린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둬야겠지요.

   미래의 내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함께 경험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한국과 캐나다의 교육 문화에 대한 생각" - 2017년 5월 14일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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