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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대부분 대기라인에 있으면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데, 이 남자는 텀블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텀블러를 사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주문하러 와서는 따뜻한 물 한 잔만 요청했다. 라인에 있을 땐 멀쩡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옷과 신발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몸에서 나는 냄새가 좋지 않은 걸로 보아 홈리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한 점은 물을 받고도 계속 텀블러 진열대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는 점이었다. 나와 함께 일하던 슈퍼바이저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파트너 중 한 명에게 저 사람을 계속 눈여겨보라고 부탁했다.


캐나다 스타벅스 텀블러 도둑


  몇 분이 흘렀을까? 수상한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들어왔는데, 그녀 역시도 한눈에 홈리스 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름한 옷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바에서 음료를 제조하던 나는 그 두 명이 만나 이야기하는 것까지만 보고 계속 음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대기라인이 줄어들고, 진열대를 확인하러 간 슈퍼바이저가 아무도 텀블러를 구매한 사람이 없었는데 진열대에 텀블러가 빈다며 파트너에게 틸을 맡기고, 아까부터 수상했던 남자에게 다가가 정중히 혹시 옷 안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 남자가 옷을 벗어 확인시켜 주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슈퍼 바이저는 사과와 함께 계속 진열대 주변에서 서 있으면 의심 받을 수 있으니 자리 이동을 부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캐나다 스타벅스 텀블러 도둑


  그 남자가 매장을 떠나고 슈퍼바이저는 돌아와 뭔가 이상하다며 분명 텀블러를 산 사람은 없었는데, 하나가 빈다며 의아해 했다. 이야기를 들은 나와 다른 파트너도 아까 그 남자의 친구가 의심스럽다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밖으로 나간 그 남자에게 아까 들어왔던 친구가 텀블러를 건네는 걸 봤다. 그걸 본 파트너가 곧장 그들에게 다가가 이야기해봤지만, 그 여자는 자신이 산 텀블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매장에 CCTV가 있긴 하지만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로 계산대 주변과 입구만 감시하도록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더는 묻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슈퍼 바이저 말로는 텀블러를 훔친 뒤 후에 찾아와 환불을 요청하며 돈으로 바꿔가는 홈리스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 홈리스가 되었는진 모르지만,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상황을 개선 시키려 노력하기는커녕 나쁜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강한 반감도 생겼다.

#캐나다스타벅스 #스타벅스텀블러 #텀블러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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