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캘거리의 겨울도 혹독하게 추울 때가 있어요.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선 양분이 되는 컴포스트(퇴비)를 지푸라기와 섞어주어야 하는데, 기온이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가면 이 컴포스트들이 얼어붙기 시작해서 믹싱 기계에 넣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믹싱 파트 사람들은 자꾸만 확인도 안 하고 넣어버려서 기계의 체인이 끊어지거나 블렌딩 날을 부러뜨리곤 하죠.. 에휴..) (컴포스트는 하얀 포댓자루 안에 담겨있으며, 크기는 2m X 2m X 2m) 컴포스트를 믹싱하기 전날 사용할 만큼을 모아 큰 히터로 녹이는 작업을 하긴 하지만, 컴포스트 포대의 부피가 아주 크기 때문에 꽁꽁 얼어있으면 속까지 완전히 녹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가을에 긴 겨울 동안 컴포스트 포대를 보관할 큰..
'내가 지게차를 운전하다니!', '내가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니!'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한평생 경험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배우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런 변화가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해요. -★ 이 글에는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Trade가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젠틀한 트레이드 맨을 만나보지는 못해 어떤 느낌 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가끔 카운터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일하며 듣는 비속어에 의미를 두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니, 구독자분들께서도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가볍게 읽고 넘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지게차(For..
일할 때 미리 계획을 짜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저니맨의 일을 도와줄 때를 제외하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할당받지는 못했어요. 돈을 버는 것도 이곳에서 일하는 하나의 이유였지만, 기술을 배워 계속 학교에 다니며 실력을 늘리는 게 더 큰 목적이었기에 일이 없어 청소를 하거나 Minor repair만 하는 날은 몸은 편해도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일을 시작한 지 한 두 달이 지나면서 샵에 있는 저니맨들의 성향도 조금씩 파악하게 되었어요. 저니맨들 중에는 만화에서나 나올듯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입과 행동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친 데니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뭐 당연한 결과지만, 다른 팀원들도 데니스의 성격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하..
시멘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달 동안 가끔 Trade 팀원들이 일손이 필요하면 Labour 팀원 중 한두 명을 데려가곤 했어요. 주로 전기 배선 작업이나 구조물을 설치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었는데, Trade 팀원들에게는 일상이겠지만, 내게는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를 써달라며 나섰어요. 처음에는 일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몰라서 시키는 대로만 움직였는데, 이마저도 경험이 적어 용어를 헷갈리거나 오더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실수를 자주 저질렀어요. 함께 일하던 팀원이 직접적으로 화를 내진 않았지만, 실수하고 나면 내 스스로 작아지고 자신감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실수는 다시 안 저지르면 되는 거지만, Trade 팀원이 내게 거는 기대치가 점점..
Kaya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을 들고 첫 출근길에 올랐어요. 이른 아침 버스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일을 하러 간다는 게 여전히 실감이 안 났어요. 회사로 가는 길은 Deerfoot Trail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내가 가는 방향인 북쪽(캘거리를 빠져 나가는 방향) 차선은 교통량이 많지 않았지만, 반대 차선은 캘거리 위성도시에서 캘거리로 출근하는 차들로 막히고 있었어요. 아침부터 교통체증을 겪어야 한다면, 매일 아침이 지루할 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라디오를 들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어요. HR 매니저 리사가 추가로 서명할 계약서가 몇 개 남았다고 메일을 보내서 메인터넌스 샵(사무실)에 가기 전 HR 사무실에 들렀어요. 문서 작업이 끝난 후엔 출퇴근 기록을 위해 기계..
여러 해프닝 끝에 자동차를 사긴 했지만, 캐나다에 오기 전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아서 운전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어요. 그나마 차를 계약한 후 받을 때까지는 며칠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알버타 교통법과 운전 시 주의사항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기다리던 차를 받으러 가는 날, 차를 인수하고 집까지 운전해 올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오전엔 조금씩 오던 비가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했어요. 딜러와 함께 차를 점검하고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도 비는 잦아들지 않아 캐나다에서의 첫 고속도로 운전을 비가 쏟아지는 날에 하게 되었어요. Kaya에게 우리의 목표는 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거라 말하며 차에 올랐어요. 딜러십을 빠져나가는 건 저속 운행이라 쉬웠지만, 고속도로 진입로..
두 번째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된 후 함께 첫 인터뷰를 보았던 친구에게 연락해보았어요. 아쉽게도 그 친구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요. 농장이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인터뷰를 보기 위해서는 당장 다른 차편을 구해야 했어요. 급한 마음에 지금은 서비스를 안 하지만, 그때 당시는 운영 중이었던 자동차 쉐어 서비스 Car2go를 이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말고는 운전대를 잡아보지 않아서 안전을 위해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보기로 했어요. 인터뷰 기회를 놓칠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함께 수업을 들었던 다른 친구 한 명이 흔쾌히 농장까지 운전해주겠다고 했어요. 두 번째 인터뷰 당일, '난 할 수 있다'를 계속 되뇌며 농장에 도착했어요. 첫 인터..
CCIS & SAIT Industrial Mechanic 프로그램 졸업식 다사다난했던 인턴 생활을 끝으로 CCIS 프로그램과 SAIT Industrial Mechanic(Millwright) 1st year 커리큘럼이 모두 마무리되었어요. 졸업식은 SAIT의 MacDonald Hall에서 열렸는데,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 CCIS 직원, SAIT 선생님 그리고 AIT 직원이 참석했어요. 졸업식장 뒤편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고 축사와 답사, 졸업장 수여식,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되었어요.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인턴 생활 중 겪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인턴 생활이 크게 유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가..
Industrial Mechanic(Millwright) 프로그램 졸업식에 대해 포스팅하기로 하고서 계속 미루다 보니 반년이 지나도록 해당 카테고리에 글을 발행하지 않았어요. 오버타임이 잦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매일 새로운 글을 올릴 수는 없지만, 시간 날 때마다 근무일지와 일기를 참고해 구직기부터 일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새롭게 배운 점 등을 적어보려고 해요. 현재 근황을 알려드리자면, 졸업 후 6개월 계약직으로 취직해 일하다가 계약을 연장해 10개월째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Millwright 1학년으로 근무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AIT에서 그동안 근무한 경력을 인정해주며 Millwright 1st period를 무사히 마치고 2학년이 되었어요. 처음 1~3개월 차에는 일터에 빈자리가..
불만족스러운 인턴 생활을 보내면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과정이야 어떻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이었어요. 어느덧 인턴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고 CEO는 날 불러 My에게 졸업식 초대장을 받았는데, 스케쥴상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 말하면서 앞으로 내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어요. 아직은 정해진게 없다고 말하자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일자리를 제안해주었어요. '내가 여기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동안 일청소를 해오며, 이 회사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CEO에게는 내가 생각하던 업무와 차이가 있어서 제안해주신 건 고맙지만, 다른 회사를 알아보겠다고 대답했어요.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학교 졸업 후, 공백 기간 없이 바로 첫 번째 인턴십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글로만 배웠던 것들을 직접 경험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주 들떠있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딱히 배우는 것 없이 하루하루가 무생산적인 날의 반복이었어요. 과정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인턴을 하던 중 다른 회사와 인터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인터뷰도 잘 풀려 그 자리에서 바로 두 번 째 인턴 기회를 확정받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로 인턴십을 진행하게 된 회사는 이전 회사보다 규모가 크고 직원 수도 많았어요. Machining 65%, Welding 25% 그리고 Millwright(Kind of?)가 10% 정도의 비중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Oil&Gas 회사의 주문을 받아 중대형 파이프와 관련 구조물을 만들어 ..

인턴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의 달콤한 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원하지 않던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두 달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회사에 나갔어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회사의 주 업무는 CNC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회사에서 주문한 부품과 파이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부품(오차 허용범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도면의 수치에서 0.001"(0.0254mm)의 오차범위 내에 들어오는 부품을 생산해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오차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는 부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사용하기에 가능한 작업이지만, 재료를 깎는 칼이나 재료의 재질, 머신의 세팅 상태에 따라 아무리..

CCIS Industrial Mechanic 프로그램은 세이트 입학 전 수학, 과학, 영어 교육, SAIT Industrial Mechanic apprentice 1년 차 수업 그리고 두 달간의 인턴십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CCIS 프로그램 담당자인 My는 우리에게 SAIT 프로그램을 졸업하기 전 직접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인턴십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해도 된다고 했지만, 사실상 실무 경력이 없는 우리들이 바로 직업을 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세이트를 졸업한 후 공백 기간 없이 바로 인턴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학기 중에 몇몇 회사와 인터뷰를 보며 인턴을 준비했어요. 인터뷰는 My가 먼저 회사와 연락을 한 뒤, 회사에서 필요한 수만큼 우리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그동안 My가..

세이트(SAIT)에 진학한 후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CCIS에서 영어, 수학 그리고 과학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캠퍼스에서 약 12주간 Industrial Mechanic(Millwright) 1년 차 어프렌티스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어요. 일을 먼저 시작해 AIT에서 요구하는 시간을 채운 뒤, TQ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업을 듣는게 일반적이라,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고등학생 때도 안 했던 예습과 복습을 생활화하니 결과적으론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어도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을 통과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하도 SAIT, SAIT 하길래 도대체 어떤 학교인가 궁금했었는데, 비록 Full-time Student는 아니었지만, 몇개월간 캠퍼스에서 ..

'바쁨'이라는 핑계를 방패 삼아 잠시 떠나 있었던 블로그.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글을 적어보려해요. - 변화 없이 일정하게만 굴러가는 하루하루가 지루해서 가끔은 궁시렁거리곤 했던 캐나다 삶. 지금은 그런 삶이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매일매일이 다이나믹하길 바라 왔어요. - - 내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니면 불평하던 날 골탕 먹이기 위한 작전인지 최근 한 달간 내게 발생한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이 모든 일이 한 달만에 발생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일이 있었어요. - - - 이 글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떠나 있던 동안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느꼈던 점들을 공유해보려 해요. 구상 중인 주제는 다음과 같아요. 1.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