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펙에 도착해 첫 집을 찾을 때를 회상해 보면 혼란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날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한국과 다른 주거 형태와 용어는 같은데 의미하는 것이 달라 헷갈렸던 적이 많았어요. 또한, 직업이나 렌탈 히스토리, 레퍼런스가 없었으므로 돈은 있어도 지원 자체를 못하거나 지원해도 직업이나 추천인이 없어 떨어지는 경우가 생겼어요. 결국 카야가 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6개월 치 렌트 비용을 한 번에 내는 방법으로 집을 얻긴 했지만, 계약하면서도 '이 정도 가격이면 적당한 건가?'하는 의문점이 들었어요. 이제는 이사도 여러 번 하고 아파트도 여러 곳 둘러보며 위치나 시설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대를 알게 되었지만, 위니펙에 새로 오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제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장벽에 부딪힐 거라 ..
카야와 제가 처음 위니펙에 왔을 때는 위니펙 전자 버스 카드인 페고(Peggo)는 아직 출시되지 않고 마무리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였어요. 이후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1차 공개를 하며 1개월간 수정, 보완을 거친 뒤 작년 8월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어요. 캐나다 버스 카드의 반응 속도나 충전의 편리성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교통 카드에 비하면 많이 뒤처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종이로 만들어진 패스나 티켓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카드를 들고 다니는 게 편하고 한 번 카드를 사고 나면 집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잔액을 충전할 수 있으므로 이런 편리함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페고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혹시라도 버스를 자주 이용하시는데 아직 페고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시거나..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는 이 예산의 큰 비중을 세금을 통해 마련하고 있어요. 위니펙에 지내면서 공원에 놀러 가거나 겨울철 재빠른 제설 작업을 볼 때면 항상 고마움을 느끼지만, 아직도 생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카야와 저에겐 급여 날마다 빠져나가는 세금이 많게만 느껴져요. 캐나다에서 첫 직장을 잡았을 때 세금은 고려하지 않고 '시급 X 일한 시간'만 계산해 '이 정도면 제법 쏠쏠하잖아?'하고 생각했다가 페이 체크에서 한 뭉텅이가 세금 명목으로 빠져나간 것을 보고 충격받았던 적이 있어요. 물론 나중에 택스 리턴을 통해 어느 정도는 환급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당장 한 푼 두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액이 나가는 것이므로 지출 계획을 다시 세워야 ..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큼 다시 베풀어야 또 다른 좋은 일이 찾아온다고 배웠어요. 새로운 기술을 배워볼까 하고 OFE에 방문했다가 어쩌다 보니 캐나다 구스에 취직해 일하게 되었어요.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땐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게 새롭고 낯설지만, 나름대로 이곳에서 일하는 재미를 찾아가며 즐기고 있어요. 캐나다 구스에 취직한 기념으로 그동안 많은 도움과 선물을 주었던 카야의 직장 슈퍼바이저에게 닭강정과 닭조림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예전에도 몇 번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특히 슈퍼바이저의 아들들이 좋아해 주어서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를 물어본 적도 있었을 만큼 카야의 슈퍼바이저 패밀리가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이왕 만드는 거 넉넉하게 만들어서 슈퍼바이저 뿐만 아니라 카페 직원들과 평소 고..
한국에서 위니펙으로 온 뒤 가장 많이 신경을 썼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부분이 구직 활동이었어요. 시켜만 주면 잘할 수 있는데 내 마음처럼 일자리를 찾는 건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해보니 경력이나 학위는 바꿀 수 없으므로 고용주에게 그나마 더 잘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는 건 레쥬메를 더 깔끔하고 읽기 쉽게 만드는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이민자 센터, 오스본 리소스 센터 그리고 매니토바 스타트에 방문해 레쥬메 첨삭을 받고 구직 관련 세미나에도 참석하며 레쥬메를 다듬었어요. 혹시나 그때 배운 내용이 이제 막 위니펙에서 구직 활동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공유해보려 해요. 레쥬메 작성법은 지원하는 직종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양하지만, 이 글에 적힌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
카야와 위니펙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어요. 상단부까지 짐이 가득 담긴 3단 이민 가방 2개와 캐리어 2개 그리고 백팩도 2개나 있었지만, 택시 기사분은 익숙하다는 듯 차에서 내려 손수 이민 가방과 캐리어를 짐 칸에 실어 주셨어요. 택시를 타기 전 위니펙 지리도 모르고 누가 봐도 이제 막 도착한 외국인 모습이었기에 바가지요금을 내게 될까 걱정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목적지까지 예상 비용을 검색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혹시라도 택시 이용에 불편을 겪더라도 택시마다 고유 번호가 있어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의 숙소는 다운타운에 있었는데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비로 약 15불이 나왔어요. 그 많은 짐을 기사님이 손수 실어 주시고 목적..
한국에서 모자람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연고 하나 없는 캐나다에 이민을 결정한 데에는 한국의 바쁜 삶과 치열한 경쟁 문화의 영향이 커요.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또래 친구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유 시간을 반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어요. 12년간 교육을 받아오며 느꼈던 한국의 교육 체계는 너무 이론에만 집중하고 있고 창의적 생각이나 생각의 확장을 막아버린다는 거예요. 어떤 문제든 명확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답을 빨리 찾아내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여겨졌어요.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시를 읽고 분석할 때에는 내가 시를 읽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
낙지 볶음이 먹고 싶어 만들어 본 오징어 볶음 카야와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봐요. 한 번 장 볼 때 보통 100불 내외로 나오고 외식을 하기보단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이기 때문에 넉넉히 한 달에 약 450불이면 두 명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어요. 캐나다에서 외식하면 음식값 외에도 세금과 팁을 내야 하므로 각각 12불짜리 음식을 시켜도 계산할 때는 거의 30불을 내야 해요. 무엇보다도 12불로 살 수 있는 음식은 식사라기보단 간단한 음식인 경우가 많고 어디 가서 외식했다는 소리를 할 만큼 먹으려면 두 배 정도는 예산이 더 필요해요. 이런 가격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취미가 요리이기 때문에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특히 카야가 먹고..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던 위니펙의 겨울이 지나가고 드디어 거리가 초록색으로 물드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위니펙에서 보낸 첫 여름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햇빛 쨍쨍한 날 밖에 나가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Kaya와 함께 그 사람들 속에 동화되었어요. 위니펙 날씨는 겨울이 유난히 기므로 화창한 날에는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겼어요. - - - 지난 한 주는 캐나다 구스에서 트레이닝을 받느라 이 좋은 날씨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바쁘게 보냈어요. 하지만, 주말에는 트레이닝이 없으므로 하루 날 잡아서 Kaya와 도시락을 준비해 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 - - - - 일요일 아침 아시니보인 파크에서 마라톤이 있는 관계로 Kaya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을 하고 집에 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