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벅스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나다 스타벅스에는 파트너 쇼핑데이가 있다. 스타벅스 직원이라면 언제든지 모든 상품을 30% 할인 받을 수 있는데, 파트너 쇼핑 데이에는 40%까지 할인이 가능 하다. 기간도 약 2주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구매 할수 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에게 물어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두번 정도 이런 행사가 있다고 했다. 평소 스타벅스에 관심이 많은 JINNY 에게 최근 판매하기 시작한 스타벅스 겨울시즌 텀블러 중 예쁜 것을 골라 선물 하기로 했다. JINNY 는 내년 3월 위니펙에 워홀비자로 나올 친척 동생이다. 사실 선물 고르는 데엔 소질이 없어 조마조마하며 구매했는데, 카톡으로 텀블러 사진을 보여주니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K..
점심시간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대부분 대기라인에 있으면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데, 이 남자는 텀블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텀블러를 사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주문하러 와서는 따뜻한 물 한 잔만 요청했다. 라인에 있을 땐 멀쩡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옷과 신발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몸에서 나는 냄새가 좋지 않은 걸로 보아 홈리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한 점은 물을 받고도 계속 텀블러 진열대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는 점이었다. 나와 함께 일하던 슈퍼바이저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파트너 중 한 명에게 저 사람을 계속 눈여겨보라고 부탁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수상한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들어..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걸 보니 공포의 위니펙 겨울이 점점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새 거리를 거닐다 보면 겨울 시즌에 맞춰 가게를 꾸미는 곳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캐나다 스타벅스도 11월 2일부터 2015 겨울 시즌 메뉴를 추가하고, 2015 크리스마스 텀블러(겨울시즌 텀블러)를 진열했다. 사실 난 스타벅스 텀블러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곳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텀블러들을 접하다 보니 왜 다수의 사람이 스타벅스 텀블러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사용자의 편리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텀블러가 갖춰져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즌마다 새롭게 출시되는 디자인이 크게 한몫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텀블러 판매 전략을 알 수 있는데, 만약 일정한 디자인..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경험을 하는 동안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훗날 이곳에서의 일이 몸에 벨 정도로 익숙해지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해지겠지만, 아직은 1시간이 마치 10분인 것처럼 금방 흘러가는 것 같다. 트레이닝 2주차에는 지난주에 배웠던 것들을 종합하여 실제로 파트너들과 함께 근무하며 익숙해지도록 경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트레이너는 내가 바 업무를 볼 때나 틸 업무를 볼 때 항상 곁에 파트너를 붙여주며, 실수가 있으면 잡아주고 모르는 것이 있어 물으면 다시 설명해 주도록 했다. 첫 2일간은 계속 바 업무만 보았는데, 아마도 영어에 약한 내가 바로 틸 업무를 보게 되면 패닉에 빠질까 봐 바에서 근무하면서 먼저 여러 메뉴에 익숙해지라는 뜻이 담긴 것 같았다. 스스로도 틸 업무가 상당히 부..
커피 머신은 추출 방식과 원리에 따라 크게 수동식 커피머신, 반자동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전자동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으로 나눌 수 있다. 수동식 커피머신은 커피머신 개발 초기에 많이 쓰이던 머신으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바리스타가 레버를 내릴 때 생기는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모든 작업이 수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커피 맛이 일정하지 않고, 다수의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 빠른 대응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발명된 것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현재 대부분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머신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인데, 이 머신은 압력과 물의 양 등이 모두 세팅되어 있다. 그러므로 바리스타는 도징 후 포터 필터를 커피 머신에 장착하고 추출 버튼만 누르면 되므로 수동식 머신에 비하면 절..
스타벅스에 고용된 후 첫 번째 날은 스타벅스라는 회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바리스타로서 지켜야 할 규칙과 받게 될 혜택에 대해 들었다. 그리곤 두 번째 날부터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트레이닝은 이론 공부와 실습을 번갈아 가며 진행됐는데, 여태껏 여러 카페에서 일하며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아 봤지만, 스타벅스처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곳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받은 모든 트레이닝은 일대일로 이루어졌다. 이론 수업은 컬러 프린트물에 나와 있는 내용을 트레이너에게 설명 들은 뒤 스타벅스 온라인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교육 영상을 보고, 다시 배운 것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혹 배운 것에 대해 지식을 묻는 온라인 시험이 있었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을 묻는 내용이고 수업..
기다리던 스타벅스 트레이닝 첫날, 떨리는 마음으로 매장에 도착하니 내 인터뷰를 봤던 SM (스토어 매니저) 미셸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미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녀를 따라 백룸으로 가니 함께 트레이닝 받을 밴이라며 한 남자를 소개해 주었다. 밴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10시가 되자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스타벅스에서 일했었던 여러 블로거의 경험담으론 첫날은 여러 가지 서류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거의 다 쓰게 된다고 했는데, 미셸은 트레이닝 시작 전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내게 메일로 물어보며 이미 서류 작업을 끝마쳐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나와 밴은 많은 사람이 지루해한다는 서류작업(파트너 등록 등)을 피할 수 있었다. 미셸이 급하게 일이 생겨 잠시 다른 매장에 다녀올 동안 스타벅스에서 자체..
캐나다에 도착한 후 습관적으로 하던 것 중 하나가 스타벅스 온라인 지원이었다. 만약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이 온라인 지원 폼 작성인데, 그 이유는 스타벅스는 직원 고용 시 오프라인 지원은 따로 받지 않고 온라인 지원만 받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제도를 떠나서 스타벅스의 일자리는 쉽게 공석이 생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설령 공석이 생겼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수많은 경쟁자가 몰리기 때문에 그들 중 한 명으로 선택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유를 갖고, 언젠간 하나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습관처럼 꾸준히 지원하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내가 제출한 온라인 지원서가 여러 매장에서 일정 횟수 이상 조회되면 한동안 락(Lock)이 걸려 매니저가 ..
고용된 후 3일간의 트레이닝을 받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인테리어가 카페라기보다는 레스토랑에 가까웠는데, 기존에 있던 레스토랑을 인수해 최소한의 리노베이션만 한 후 다시 오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페 시스템도 일반적인 카페와는 달랐는데, 손님과 바리스타 사이에 서버를 두고, 서버가 주문을 받아오면 바리스타는 커피만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주로 이탈리안 스타일 커피와 여러 종류의 티 그리고 샌드위치를 판매했고, 스페셜 메뉴로는 사이폰 커피와 하이티를 판매했다. 사이폰 커피 (퍼콜레이터 커피) 사이폰 커피는 커피 추출 도구를 이용해 만드는 커피로, 물이 담긴 아래쪽 플라스크와 커피 가루가 있는 위쪽 플라스크를 밀착 연결한후, 아래쪽 플라스크를 가열하면, 진공 상태에서 물이 증발하..
7월 무렵이 되어서는 세차장에서 받는 쉬프트가 30시간보다 훨씬 밑도는 정도만 주어졌다. 남은 비자 기간이 6개월 보다 적었기 때문에 지금 이직한다면 사실상 난 영주권을 얻기 위한 도전에서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MPNP를 신청하기 위해선 6개월 이상 Full-time Worker로 근무해야 한다. 참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Kaya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을 졸업하면 나도 함께 Work Permit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이 소식은 시간의 압박감에서부터 나를 조금 해방해 주었다. 나에겐 남은 비자 기간과 더불어 약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긴 셈이었다. 다시 키지지와 인디드를 이용해 일자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던 ..
구인광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올라올 때마다 꾸준히 지원했지만, 여전히 기대했던 만큼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간혹 오는 전화도 내게 영주권이 있는지 물어보곤 비자 기간 문제로 고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끊어버렸다. 내게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기에 계속 이렇게 낭비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재는 건 더는 사치였다. 어떻게든 구직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야 했다. 이곳에서의 난 여러 제약이 걸려있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 내가 상상하던 그런 멋진 사람은 아니었다. 몸 쓰는 일도 지원하기 위해 레쥬메에 군대에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인이라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캐나다인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내용은 결정적으로 내가 첫 직..
키지지와 인디드 등을 이용해 꾸준히 일자리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홀튼 이후로는 계속 휴대폰이 잠잠했다. 되도록 외국인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로 시간 제약이 있는 내게 사사로운 것까지 모두 따지는 건 욕심이었다. 아쉬운 대로 위니펙 한인 사이트와 깻잎 나라 카페에 올라와 있는 한인 업체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인을 상대로 구인광고를 낸 것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적어 인터뷰도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자유로워 부담이 덜했다. 광고를 보고 첫 번째로 전화 건 스시집의 사장님은 굉장히 무례하셨다. 나이를 떠나 초면에는 존댓말을 쓰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바로 말을 놓으시며 너 몇 살이냐?, 언제 왔냐?, 영..
호텔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팀홀튼에서 전화가 왔다. 캐나다에서는 레쥬메를 내고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연락 온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레쥬메를 냈던 카페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대책으로 다른 곳에 레쥬메를 넣고 있던 내겐 정말 반가운 전화였다. 전화상으로 왜 팀홀튼에 지원했는지, 비자 기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팀홀튼에서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지 등을 묻는 간단한 1차 인터뷰를 봤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기를 쓰고 말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매니저는 내게 2차 인터뷰를 보자고 말했다. 2차 인터뷰는 팀홀튼 매장에서 진행되었다. 매니저 2명과 인터뷰를 봤는데, 그들은 내게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전공이 뭐였니?, 왜 그 전공을 선택했니?, 그 전공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줄래? 등..
며칠에 걸쳐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의 모든 카페에 지원했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전에 놓친 인터뷰 전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받았더라면... 몇 마디라도 더 주고받을 수 있었더라면...' 위니펙의 겨울 시즌은 일자리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 제약이 있는 나로선 계속 카페 일만 고집할 수 없었다. 그래서 키지지에 들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광고가 올라오면 꾸준히 지원했다. 또한, 인터뷰 전화를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터넷에서 여러 상황별 영어전화 예문을 찾아 공부했다. 그러던 중 위니펙 공항 근처의 한 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매니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Kaya와 함께 인터뷰 연습을 했다. 인터뷰 ..
온라인 지원을 마친 다음 날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위니펙에 온 후 첫 인터뷰 전화이자, 내 생애 첫 영어 전화였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나는 할 수 있다! 까짓거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받았지만, Hello 이후의 말들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음... 어..." 만 계속 반복했다.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고, 상대방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내 첫 인터뷰 전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 너의 말이 너무 빨라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문자로 한 번 더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지..